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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던 ‘별건’ 최초 명문화에 의미… “수사위축” 목소리도

by 야구 보는 형 2021.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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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이 새로 만든 ‘검찰 직접수사 과정에서 발견된 별건범죄 수사단서의 처리에 관한 지침’이 갖는 의미는 그간 제각각 규정되던 ‘별건수사’ 개념이 최초로 정의됐다는 점이다. 검사들은 대체로 “수사 중 다른 범죄 혐의가 발견되면 당연히 곧장 수사해야 한다”며 ‘별건수사’의 범위를 좁게 봐 왔다. 반면 수사를 당하는 쪽에서는 “기존에 제기된 의혹과 고발 범위를 뛰어넘는 수사는 별건으로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모두가 쓰고 있지만 용례가 통일되지 못한 용어였던 셈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019 10월 퇴임 전 내놓았던 ‘인권보호수사규칙’에도 애초 ‘별건’이란 말이 담겼지만 수정안에서 ‘부당한 수사방식’으로 고쳐졌을 정도다. 결국 이번 대검의 ‘별건범죄’ 명문화에는 검찰의 관행을 반성한다는 의미와 함께 수사를 둘러싼 논쟁을 종식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검찰 관계자는 24일 “학계에서 ‘별건구속’을 정의한 적은 있었지만 ‘별건수사’ ‘별건범죄’는 논의가 없었다”며 “정치적 논쟁에 있던 부분을 과감히 정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수사를 못 하도록 만든 게 아니라 오해 없이 할 수 있게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검찰은 국민적 지적에 따라 별건수사 개시 요건을 전과 달리 까다롭게 만들었다. 같은 피의자가 범한 다른 범죄혐의를 발견하더라도 바로 수사에 돌입하는 게 아니라, 그 단서에 과연 증거 가치가 있는지부터 인권감독관 등 상급자의 점검을 받도록 한 것이다. 이 경우 새로운 수사 필요성을 인정받더라도 다른 부서, 다른 검사가 사건을 배당받아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문제는 다소 복잡해진 절차에 따른 수사의 위축 우려다. ‘특수통’으로 불리는 한 검찰 관계자는 “까다로운 절차로 수사를 해야 하겠지만, 동시에 ‘범죄를 발본색원하라’는 요구를 받는다”며 “둘의 중간 지점을 잘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 보호를 위한 엄밀한 통제가 매우 중요하지만, 민생·부패범죄의 실체 파악이 늦어진다면 그것 역시 문제라는 토로였다. 수사 개시까지 검찰총장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점도 ‘신속성’ 문제로 지적됐다.

실제 수사 현장에서 ‘본건’과 ‘별건’을 구별하기까지 과도기가 불가피하다는 말도 나왔다. 검찰 관계자들은 이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에 빗대어 “어디까지가 본건이고 어디까지가 별건이냐” “시흥 땅을 파보다가 광명 땅이 나오면 다른 부서가 수사하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한 권력자가 A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사건을 수사하다 B나 C로부터의 자금흐름까지 발견하면, 이때 이 권력자는 여러 부서에서 수사를 받는 것이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수사 신속성을 보호하고 외압을 차단하는 제도 보완의 필요성도 언급됐다. 차기 검찰총장의 정치적 중립성은 더욱 중요해졌다는 평가도 있었다.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수사에 지장이 없도록 총장의 승인 판단 기간을 제한하거나, 이견이 있을 때 해소하는 절차를 두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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